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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스마트한 가상 울타리, Geo-Fencing(지오펜싱)

글쓴이 Lina Ha() 2018년 03월 02일

우리가 평소 유용하게 사용하는 지하철역 검색, 날씨, 길찾기, 미세먼지 농도 확인과 같은 서비스는 모두 위치 기반의 서비스입니다. 초기만 해도 단순 정보 전달에 그쳤던 위치 기반 서비스가 최근 지오펜싱 기술과 함께 더욱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위치 기반 서비스, 지오펜싱의 이해

위치 기반 서비스 LBS(Location Based Service)가 제2의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지오펜싱은 지리(Geographic)와 울타리(Fencing)의 합성어로, 사용자의 울타리 내 출입 현황을 알려주는 것이 특징인데요. 위치 추적 기술인 *GPS를 이용해 가상의 울타리 ‘지오펜스(Geofence)’를 지정하고 그 구역 내 사용자 출입을 알려주는 감시자 역할을 하는 것이죠. 기술적 설명을 더 하면, 특정 지리적 위치 주변에 설정한 지오펜스 안으로 모바일 기기나 *RFID 태그가 진입하거나 빠져나가는 순간, 앱 또는 다른 소프트웨어에서 미리 설정된 동작이 진행되는 원리입니다. 이때 GPS, RFID, 와이파이(Wi-Fi) 또는 셀룰러 데이터 등이 활용됩니다.

*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위성에서 보내는 신호를 수신해 사용자의 현재 위치를 계산하는 위성시스템이다.
*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무선인식이라고도 하며, 반도체 칩이 내장된 태그(Tag), 라벨(Label), 카드(Card) 등의 저장된 데이터를 무선주파수를 이용하여 비접촉으로 읽어내는 인식시스템

GPS와 Geo-Fencing의 비교

GPS와 지오펜싱은 기술 면에서 같은 원리지만, 활용 면에서 조금 다릅니다. GPS가 사용자의 위치를 점과 선으로 표시한다면, 지오펜싱은 면으로 표시합니다. 또 GPS는 사람의 ‘위치’를, 지오펜싱은 위치의 ‘범위’, 즉 가상의 울타리 영역을 중요시하고요. 

지오펜스 작동은 GPS와 마찬가지로 위치 서비스 사용에 대한 사용자 동의를 기본으로 합니다. 사용자가 동의한 경우라면, 현재 위치에서 적합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콘서트장에서는 행사 정보를 알려주는 앱을 이용할 수 있고, 방문한 상점에서 해당 상점의 앱을 다운로드하면 할인 행사나 이벤트 등의 알림을 받을 수 있습니다. 더 많은 기능과 정보를 경험하고 싶다면, 사용자가 지오펜스를 직접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지오펜싱 기능이 있는 iOS 알림 앱의 경우, 알림을 받을 장소를 선정하면, 해당 위치에 도달했을 때 원하는 액션을 하게 할 수 있는데요. 이른바 '이거면 저것(if this, then that)'의 명령으로 “강남역 도착 10m 전 OO에게 문자를 보내라“, “정문 100m 이내로 들어오면 보일러를 켜라”는 식입니다.

이런 유용함 덕에 지오펜싱은 모바일 앱에 한정되지 않고, 각 분야에서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운송 업계에서는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차량을 통제하고 추적할 수 있고, 기업은 출퇴근 기록 자동화, 현장 직원 관리 및 보안 구역 감시, 자산 추적 관리 등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드론을 활용할 수도 있는데요. 대부분의 드론에는 지오펜싱 기술이 적용돼 있어, 공중에서 멈추게 하거나 사용자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등의 행위를 할 수 있습니다.

지오펜싱, 누가 어떻게 활용할까

스마트폰, 소셜미디어 등이 대중화되면서 지오펜싱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의 개발도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습니다. 일단 지리적 구역만 설정하면 그 범위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한데요. 특정 장소에서의 홍보 필터, 친구 생일에 활용하는 맞춤형 필터, 공개된 위치 기반 스토리에 업로드하기 등이 모두 가상 경계선을 활용한 것으로 볼 수 있죠. 일반적인 지오펜싱 응용 분야를 몇 가지로 분류해보았습니다.

1) 소셜미디어 서비스

소셜미디어 서비스 Banjo 캡처 이미지

소셜미디어는 가장 기본적인 지오펜싱 활용 방식으로 위치 기반 필터, 스티커, 기타 공유 가능한 콘텐츠를 모두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오펜싱 서비스가 적용된 앱 ‘Banjo’는 유저의 주변에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특정 장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실시간으로 제공합니다. 특히 친구 알림 기능은 유저가 설정한 범위 내에서 친구들이 체크인을 하면 ‘OOO님이 가까이에 있습니다’ 와 같은 알림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앱 ‘어라운드’ 또한 유저가 설정한 범위 내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는 위치 기반 소셜 서비스로, 익명 소통이 특징입니다.

앱 AROUND 캡처 이미지

2) 기업 타겟 마케팅

기업들은 지오펜싱을 이용해 소비자의 현재 위치를 파악, 가장 가까운 매장 위치를 알려주거나 필요할 법한 제품을 안내하기도 하는데요. 일부 회사들은 경쟁업체 주변에 지오펜스를 설치해 잠재 고객이 경계선에 접근하면 다른 매장으로 가라는 푸시 알림과 함께 할인 쿠폰을 보내는 등 지오펜싱을 이용한 마케팅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국내보다 한발 빨리 지오펜싱 서비스를 적용한 해외 사례로 코카콜라를 들 수 있는데요. 호주 시드니에 있는 코카콜라 자판기 상당수가 접근이 어려운 곳에 있어 판매율이 저조하자 위치 기반 소셜미디어인 포스퀘어(Foursquare)를 활용해 ‘콜라 자판기 요정(Coke Machine Fairy)’이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게 됩니다. 시드니 전역에 지정된 자판기에 콜라를 숨겨두고 포스퀘어에 자판기 위치를 체크인하면, 이것을 단서 삼아 자판기의 위치를 추적해 콜라를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에게 선물을 주는 방식인데요. 재미와 혜택은 물론 위치 기반 소셜미디어를 적절히 활용한 효율적인 타겟 마케팅으로 꼽힙니다. 

Meat Pack 앱 화면과테말라의 프리미엄 운동화 매장인 ‘미트팩(Meat Pack)은 소비자 확보를 위해 위치기반 프로모션인 ‘하이잭(Hijack)’을 진행했습니다. 경쟁사 매장에 GPS 기능을 설치해 방문 고객들의 위치를 파악한 후, 쇼핑 앱을 통해 ‘99% 할인쿠폰’을 획득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송했는데요. 독특한 점은 99%였던 할인율이 1초에 1%씩 줄어드는데 미트팩 매장에 도착해야만 카운트다운이 멈추도록 적용한 것입니다.  소비자들은 이른 시간 내 매장에 도착하기 위해 전력 질주를 했고, 미트팩은 경쟁사 고객을 확보하는 데 성공하게 됩니다. 이 캠페인으로 최대 89%의 할인율을 획득한 소비자를 포함, 일주일 동안 600명 이상의 참여를 이끄는 등 기존 쇼핑 앱을 설치한 고객들에게 즐거운 브랜드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국내 사례로는 최근 모바일플랫폼 앱 '신한 판(FAN)'에 지오펜싱 서비스를 적용한 신한카드를 들 수 있는데요. 해당 앱을 설치한 여행객은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알림 메시지를 통해 여행자 보험 상품에 대해 안내받아 쉽고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습니다. 또 특정 매장에 들어섰을 때 신한카드 사용 시 할인율이나 다양한 혜택 등의 정보를 받아볼 수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미국 중서부 슈퍼마켓 체인점인 마이어(Meijer)는 스마트폰으로 맞춤형 정보와 가상쿠폰을 제공하고 있고, 의류업체인 노스페이스도 매장 주변과 공원, 스키휴양지를 중심으로 지오펜스 마케팅을 적용하는 등 유통업체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3) 안전 및 기타

손목시계 VIVOplay갈수록 늘어가는 사회적 범죄로 인해 신변의 안전에 촉각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 언제 어디서든 자녀의 위치를 확인할 방법을 찾는 부모들이 많은데요. ‘VIVOplay’ 손목시계는 사용자가 직접 지오펜스를 설정해 경계를 벗어나면 경고음과 함께 부모의 스마트폰으로 위치를 알려주는데요. 자녀가 있는 부모뿐 아니라 가족, 친구 등이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안전한 울타리를 만들어 줍니다. 

기타 활용으로는 냉장고에 우유가 떨어지면 식료품 점을 지나갈 때 알려주고, 귀가 시 지오펜스를 이용해 온도조절장치를 적정 온도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또 집에 도착하면 자동으로 폰이 잠금 해제되도록 설정할 수 있고, 누군가가 집에 들어오거나 나가면 알림을 받을 수 있어 지오펜싱 도입과 함께 모바일 기기의 보안력도 한층 강화되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윤리적 문제 vs 유용한 정보, 지오펜싱의 미래

지오펜싱은 개인과 기업을 포함한 사회의 모든 분야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신개념 기술 서비스입니다. 하지만 위치 활용에 따른 사생활 침해 문제는 피해가기 힘든 부분인데요. 특히 마케팅 관련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지난해 미국은 최초로 위치 기반 광고 사용을 반대하는 소비자 보호법을 제정했습니다. 실제로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한 여성 병원 주변에 지오펜스를 설치해 대기실이나 주변에 있는 여성을 대상으로 뿌려진 낙태 반대 캠페인을 차단하는 일도 있었죠. 그러나 이런 보안 문제에도 불구하고 지오펜싱의 인기는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입니다. 미국 리서치 회사 마켓 앤 마켓(MarketsandMarkets)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공간 데이터 사용 기술이 발전하고, 여러 전문 업계에서 응용 분야가 늘어나면서 지오펜싱 시장은 2022년까지 26% 이상 성장할 것이라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영화 베를린의 와이파이 홍보 이미지국내 문화계도 지오펜싱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2014년 관객 수 700만을 돌파한 영화 ‘베를린’은 개봉 시기에 맞춰 지오펜싱을 이용한 마케팅을 실시해 티켓 판매 60% 증가, 베를린 홈페이지 트래픽 25% 증가라는 긍정적인 결과를 이뤄냈습니다. 비결은 영화 포스터를 중심으로 설치된 무료 와이파이존에 있는데요.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자동으로 베를린 와이파이가 잡히게 해 자동으로 예고편, 영화 정보, 이벤트 정보 등을 접하게 한 것이죠.

최근 지오펜싱 서비스를 이용해 본 대중들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 결과, 이용자의 80% 이상이 지오펜싱과 같은 서비스를 선호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사생활 침해로 인해 위치공개를 꺼릴 수는 있으나, 그에 대한 대가로 자신들이 편익을 얻는 경우라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 지오펜싱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작자의 경우, 앞서 언급한 베를린 Wi-Fi Poster 마케팅처럼 적극적으로 드러내 사용자들의 편익을 강조함으로써 위치공개에 대한 시선을 긍정적으로 유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오펜싱은 타겟 포지션이 중요한 스마트 모바일 시대에 아주 중요한 의의를 가집니다. 과거 논란이 된 사생활 침해 문제를 뛰어넘는 고차원적 서비스로 무장, 분야를 망라하고 새로운 영감을 주고 있기도 하고요.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고 또 다른 논란이 제기될 수도 있지만, 지오펜싱이 모두에게 새롭고 유익한 기술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주어진 혜택을 마음껏 누리며 이 서비스가 가져올 앞으로의 세상을 기대해봐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