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

트렌드로 살펴본 금융과 IT의 융합

글쓴이 Lina Ha() 2017년 11월 08일

2015년 공인인증서 사용 강제 규정이 삭제된 이후 금융계는 보안 수단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이와 함께 금융·보안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혔던 *엑티브엑스(ActiveX)도 정부 주도로 2020년까지 공공기관 사이트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간 공인인증서에 발목 잡혔던 한국은 미국, 중국과 달리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자리 잡기 어려운 구조였는데요. 공인인증서 사용 의무가 일정 해소되면서 IT 기술을 중심으로 발전할 금융산업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 엑티브엑스(ActiveX): 인터넷 익스플로러(이하 IE) 브라우저만을 위해 설치되는 응용 프로그램으로 다른 브라우저에서는 작동되지 않고 많은 프로그램을 설치토록 유도한다. 보안상 취약점이 있으며 프로그램 간 충돌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공인인증서 가고 블록체인 뜬다

은행결제 청산 시스템 진화 모습을 이미지로 표현

현재 온라인 뱅킹에는 공인인증서가 꼭 필요합니다. 인증서는 매년 유효기간을 연장하거나 갱신한 뒤 모든 사이트에 새로 등록해야 하는 등 사용에 불편함이 큰데요. 내년 2분기부터는 은행권이 공동으로 '블록체인(Blockchain)' 시스템을 도입해 이 같은 번거로움이 해소될 예정입니다.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Bitcoin)을 기반으로 한 블록체인은 시스템 참여자들이 거래정보를 기록, 검증, 보관하고 중개기관 없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분산형 장부 기술로 일명 '공공 거래 장부'라 불립니다. 거래정보를 기존의 은행별 중앙서버가 아닌 거래 별 블록 단위로 분산 저장해 수시로 검증하기 때문에 해커의 공격이나 위변조 가능성도 확연히 줄어듭니다.

*비트코인(Bitcoin): 정부나 중앙은행, 금융회사의 개입 없이 온라인상에서 개인과 개인이 직접 돈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암호화된 가상화폐로, 2009년 개발됨.

블록체인 작동원리를 이미지로 표현또 고객의 인증 정보를 디지털 공유 장부인 블록체인에 저장, 소비자들은 여기서 발급받은 하나의 인증서로 모든 은행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PIN 번호나 생체인증만으로 간편하게 뱅킹 업무를 볼 수 있고, 매년 인증서 유효기간을 연장하거나 갱신할 필요도 없습니다. 
은행권은 금융결제원 등 중개기관 없이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거래정보 관리와 보안대책에 드는 막대한 수수료와 전산 비용을 아낄 수 있습니다.




변화에 따른 진통도 있습니다. 네트워크 선정 방식을 두고 금융 당국과 은행권 간의 이견을 좁히지 못해 블록체인 사업자 선정이 늦어지고 있는데요. 금융 당국은 개인정보 보안을 이유로 은행전용 *가상 사설망(VPN)을 주장하지만, 은행권은 향후 사업 확장성을 염두에 두고 인터넷망을 활용한 시스템 구축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입니다. 또 일각에서는 블록체인이 아닌 별도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은행, 증권 등 업권별 인증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는데요. 이런 이유로 블록체인이 범 금융권 공용 인증서로 정착되기까지는 얼마간의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 가상 사설망(VPN: Virtual Private Network) : 방화벽, 침입 탐지 시스템과 함께 가장 일반적인 보안 솔루션 중 하나이다.

쉽고 간편한 인터넷 전문은행의 등장

이미 국내에서 상용화된 간편결제 시스템과 크라우드 펀딩, 앞서 언급한 블록체인 기술 등은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찾아온 금융혁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올해 출범한 인터넷 전문은행은 그야말로 금융계의 판도를 뒤흔들 만큼의 위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케이뱅크 소개 페이지 카카오뱅크 계좌 개설 페이지 토스 송금 페이지 캡퍼 화면

올해 4월 출범한 국내 최초의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는 계좌개설 시 신분증을 소지한 채로 영상통화를 한 후, 본인인증을 완료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365일 24시간 제한 없이 아무 때나 상담원과의 전화 연결이 가능하며 PC와 스마트폰 모두에서 뱅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수수료는 케이뱅크 앱을 이용하는 경우 모두 무료이고, 자동화기기(ATM)에서는 당행은 무료, 타행은 은행별 다르게 발생합니다.

후발주자로 올해 7월에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국민 메신저 앱’이라 불리는 카카오톡의 아이디나 휴대폰 번호로 쉽게 가입할 수 있는데요. 오직 모바일 앱을 통해서만 24시간 은행 업무가 가능하고, 계좌 번호 없이 카카오톡 아이디만으로 송금할 수 있으며 수수료는 올해 말까지 모두 무료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카드와 앱 자체에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접목해 친근감을 더했는데요. 이 캐릭터 카드를 갖기 위해 계좌 개설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카카오뱅크의 캐릭터 카드 모습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모두 시중은행보다 예금 금리는 높고 대출 금리는 낮은 편이라 은행권을 바싹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카카오뱅크는 모든 고객에게 동일한 금리를 적용하는데, 시중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대출 금리 보다 크게 낮은 편이라 계속해서 수요가 폭등하고 있습니다. 케이뱅크는 조건에 따라 대출 금리에 차등이 있으며, 현재 대출은 잠정적으로 판매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이밖에도 인터넷 전문 은행은 아니지만, 국내 최초 무료 송금 서비스 앱으로 알려진 ‘토스(TOSS)’는 2015년 2월 출범 후, 약 2년 만에 누적 다운로드 600만 건을 기록했습니다. 자신의 은행 계좌만 등록하면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 없이 비밀번호나 전화번호, 지문 인식만으로 쉽게 송금할 수 있는데요. 사용이 간편하고 수수료도 없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현재는 환전, 신용 정보 조회 등 다양한 생활금융 기능을 탑재해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금융과 IT의 융합, 핀테크 시대

모바일 뱅킹을 하는 모습이제 공인인증서나 계좌번호가 은행 거래에 필수인 시대는 지났습니다. 전자지갑, 간편결제 등으로 불리던 사업영역은 어느 새 핀테크(Fin Tech)라는 이름을 달고 업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핀테크는 금융에 IT 기술을 더한 서비스 및 회사를 가리키는 말로, 중개인이 사라지고 스마트폰을 통해 송금 등의 은행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생활 전반에 모바일 이용률이 증가함에 따라 핀테크 서비스 이용자 수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해외 핀테크 시장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꾸준한 성장세를 타고 있는데요. 특히 미국, 영국을 중심으로 핀테크 서비스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컨설팅 전문기업인 엑센츄어의 조사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동안 세계 각국의 핀테크 분야에 쏟아진 투자금은 총 34억 달러, 우리 돈 3조7천억 원 정도로 투자금 증가 속도 또한 다른 분야에 비해 4배 정도 빠른 편입니다. 지금까지 핀테크 스타트업에 투자된 돈만 따지면 1년 새 3배 이상 늘어난 셈으로, 2018년에는 총 60억 달러(6조5천억)에 이를 전망입니다. 국내에서도 카카오, 네이버 등 IT 기업뿐 아니라 삼성, 페이코 등 여러 곳에서 산발적으로 ‘Pay’라는 명칭을 붙이고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국내 핀테크 산업이 제대로 자리 잡고 또 발전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절차의 간소화, 편의성 향상을 위한 노력을 시작으로 금융계와 ICT 산업(정보통신기술: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의 융합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블록체인 도입 후에는 금융권뿐 아니라 핀테크 업체 역시 보안에 대한 강력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