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

오운드 미디어, 어떻게 운영할까?

글쓴이 Michael() 2018년 02월 22일

미디어 이론가인 마셜 맥루한(Marshall Mcluhan)은 일찌감치 ‘미디어는 메시지다(The Medium is the Message)’라고 선언했습니다. 이는 도구인 미디어, 즉 매체에 따라 수용자에게 전달되는 메시지의 의미도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인데요. 현대에 이르러 기업이 고객을 향해 발신하는 메시지 역시 이 명제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여러 미디어 중 기업이 직접 만들고 관리하는 ‘오운드 미디어’는 무엇이고, 이를 통해 원하는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기업의 효과적인 오운드 미디어 운영 전략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트리플 미디어의 정의

‘오운드 미디어’를 알기 위해서는 기반이 되는 ‘트리플 미디어(Triple media)’라는 개념을 우선 알아야 합니다. 2011년 일본의 디지털 마케터 요코야마 류지가 당시 변화된 환경에 맞추어 미디어를 세 가지 타입으로 구분한 것으로, 크게 페이드 미디어(Paid media), 언드 미디어(Earned media), 그리고 오운드 미디어(Owned media)로 나뉩니다. 4대 매체(TV, 신문, 라디오, 잡지)와 옥외광고, PPL 등 비용을 들여 광고를 진행하는 것은 ‘페이드(유료) 미디어’, 고객이 매체가 되어 구전이나 공유로 바이럴(Viral) & 버즈(Buzz) 효과를 일으키는 것은 ‘언드(획득) 미디어’, 홈페이지와 같이 기업이 직접 제작해 홍보 창구로 활용하는 것은 ‘오운드(소유) 미디어’라고 칭하죠. 

트리플 미디어의 정의와 역할

페이드 미디어는 비용에 비해 홍보를 널리 할 수 있고, 기업의 통제 또한 가능하지만 노골적인 홍보 형태이기에 소비자의 신뢰도는 떨어지는 편입니다. 사용자의 생생한 후기나 입소문으로 이루어지는 언드 미디어는 신뢰도가 높지만, 통제가 불가능하고 역효과 위험이 있죠. 이에 적은 비용으로 운영 가능하며 통제할 수 있고, 소비자와 쉽게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운드 미디어의 중요성이 최근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오운드 미디어의 범위와 역할

초기 오운드 미디어에는 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 소셜 미디어가 포함되었습니다. 플랫폼을 소유하지 않아도 계정을 갖고 운영을 한다면 기업 소유의 미디어라고 본 것인데요. 이후 그 범위에 대한 해석이 갈리고 있습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에 광고 비중이 늘면서 기업 계정 대부분이 비용을 들여 광고를 집행하기 때문이죠. 더불어 소비자 정보 등 데이터와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 역시 제한적이기 때문에 이전에 언드/오운드 미디어로 분류되었던 소셜 미디어를 언드/페이드 미디어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늘고 있습니다. 이에 엄격하게 구분했을 때 오운드 미디어는 기업이 제작한 홈페이지와 블로그, 뉴스레터, 카다로그, 플래그십 스토어 등으로 그 범위가 좁아집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으로 특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역시 오운드 미디어에 포함됩니다.

오운드 미디어의 가장 필수적인 역할은 기업,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정보 제공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를 가능한 빠르고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소비자의 호기심이 구매로 이어지도록 유도하고, 후속 서비스나 불만 사항 개선책을 제공하며 평판을 관리하는 기능도 하죠. 온/오프라인에서 소비자간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도록 하거나, 이벤트 및 적절한 보상으로 로열티를 높이는 등의 소통 역시 중요합니다. 여기에 최근에는 다양해진 채널을 연결하여 브랜드의 미디어 허브로 기능하는 것도 오운드 미디어의 빠질 수 없는 역할이죠. 크게 콘텐츠, 커뮤니티, 로열티를 중심으로 오운드 미디어를 잘 활용한 사례와 전략을 살펴보겠습니다. 

오운드 미디어 전략 성공의 사례들 

  • 유용한 콘텐츠의 힘: Bank of America

미국의 대표적인 금융사인 Bank of America(이하 BoA)의 웹사이트는 일견 시중 은행들과 차별점이 없어 보이는데요. 상단 메뉴 중 Better Money Habits®라는 메뉴가 눈에 띕니다. Better Money Habits®는 BoA가 세계적인 인터넷 강의 플랫폼 ‘Khan 아카데미’와 손잡고 운영하는 마이크로 사이트로, 사용자의 목표에 적합한 재무 노하우를 인포그래픽, 동영상 등을 곁들여 제공합니다.

Better Money Habits 나의 우선순위 화면Bank of America

이 사이트에는 신용, 부채, 저축, 자동차 등의 카테고리로 칼럼이 세분화되어 있는데요. 보다 복합적인 조건의 칼럼은 ‘My Priorities(나의 우선순위)’로 설정 가능합니다. 해당 버튼을 클릭하면 현재의 인생 단계를 시작으로 서너 개의 질문이 이어지며 나의 상황과 경제적 목표를 확인하고 그에 걸맞은 칼럼을 선별하여 제시하는데요. 30대 직장인인 사용자가 인생의 중요한 부분으로 가족을 꼽으면 ‘부모님의 노후자금, 언제 어떻게 도와야 할까?’라는 칼럼을 보여주는 식입니다. 칼럼 페이지에서는 토픽에 대한 전문가의 구체적인 조언을 진지하게 다루며, 말미에는 BoA의 관련 상품 페이지 링크, 관련 업무 담당자 정보, 상담 예약 등으로 실질적인 은행 업무까지 나아가도록 유도합니다.

응답자의 71%가 인터넷을 통해 금융 지식을 더 쉽게 배웠다는 설문조사 결과로부터 탄생한 이 사이트는 2013년 런칭 후 꾸준히 관련 콘텐츠를 게재해 지금은 방대한 재무 정보 포털로 기능하고 있는데요. 깔끔한 인포메이션과 동영상, 전문가의 진지한 조언 등으로 ‘유용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흔히 착취의 주체로 알려진 대형은행 BoA의 이미지까지 개선하는 데에 일조했습니다. 

  • 브랜드만의 소셜 미디어를 지향하는 커뮤니티: Sephora

코스메틱 유통/제조 브랜드인 Sephora는 2017년 소비자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뷰티 커뮤니티 플랫폼 ‘Beauty Insider Community(이하 ‘Community’)를 웹사이트 내에 개설했습니다. Sephora 웹사이트의 간단한 가입 절차를 거친 모든 사용자가 접근 가능한 Community는 일반 구매자들의 실제 후기, 실시간 대화, 메이크업 팁 등을 제공합니다. 

Community 내 K-beauty 그룹Sephora

특히 Community에서 눈에 띄는 것은 ‘그룹(Group)’과 ‘영감(Get inspired)’ 메뉴인데요. ‘그룹’은 피부 타입, 관심 있는 화장법, 특정 용도의 제품 등을 주제로 사용자들이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소모임 메뉴입니다. 재미있게도 한국의 코스메틱을 주제로 한 ‘K-뷰티’ 그룹도 있는데요. 14만 명 이상의 유저들이 활발하게 한국 화장품 브랜드와 연예인의 화장법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어 흥미롭습니다. ‘영감’ 메뉴는 다른 사용자들의 메이크업 사진을 볼 수 있는 갤러리로, 인스타그램의 피드처럼 이미지가 펼쳐지며 하트를 눌러 호감을 표할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공유도 가능해 그 자체로 코스메틱 소셜 미디어 역할을 하고 있는 이 페이지는 각 화장법에 쓰인 Sephora의 제품이 함께 노출되는 것이 특징인데요. 클릭하면 해당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페이지로 바로 넘어가서 제품의 실제 사용법을 알리고, 매출을 올리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듯 보입니다.

  • 반복 구매를 부르는 브랜드 로열티: North Face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인 North Face의 미국 웹사이트는 무료 멤버십 제도인 ‘VIPeak’으로 소비자들의 온라인 직구매와 반복 구매를 유도, 브랜드 로열티를 높이는 마케팅 전략이 눈길을 끕니다. 중요한 인물(고객)을 뜻하는 VIP와 가장 높은 산봉우리를 의미하는 Peak을 절묘하게 결합한 VIPeak은 그 명칭 자체로 멤버십 프리미엄과 등정을 즐기는 탐험가 고객들의 취향을 모두 만족시키는데요. 과연 North Face는 어떤 리워드로 소비자들의 구매율을 높였을까요? 

사이트 구매를 유도하는 VIPeak 멤버십North Face온라인에서 간단히 가입 가능한 VIPeak 멤버십은 North Face의 웹사이트나 매장에서 구매를 통해 적립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구매금액 1달러 당 10Peak이 제공되며, 아울렛 매장의 경우 1달러 당 5Peak이 적립됩니다. 

물론 구매를 하지 않아도 적립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North Face 앱을 다운받거나 브랜드가 각 지역에서 정기적으로 여는 산행 프로그램, 지구력 챌린지 등에 참여해 체크인을 하는 것만으로도 포인트가 적립됩니다. 적립된 Peak이 2,000 포인트 이상이면 1년에 2회, 25-30달러의 적립금이 주어지며, 이는 온라인으로 제품 구매를 할 때 쓸 수 있습니다. 웹사이트에서 구매-포인트-적립금-구매로 이어지는 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이죠. 

다른 혜택도 있습니다. North Face는 멤버십 회원들만 신청 가능한 ‘VIPeak Travel’이라는 여행 상품을 웹사이트에서 판매 중인데요. 알프스의 몽블랑 하이킹,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 워싱턴 빙벽 등반 등의 특별한 체험을 전문 가이드와 장비를 포함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제공합니다. 고객은 멤버십을 통해 포인트 적립뿐 아니라 브랜드가 지향하는 ‘탐험가’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가짐으로써 North Face를 경험하고, 더욱 깊은 로열티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VIPeak 멤버십 전용 여행 상품North Face

웹사이트를 오운드 미디어 전략에 따라 활용한 국내 사례로는 이롭게가 구축한 아모레퍼시픽, CJ문화재단, 샘표 등의 웹사이트를 들 수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 글로벌 웹사이트는 다양한 브랜드의 온라인 허브이자 브랜드 헤리티지를 집대성한 콘텐츠로, CJ문화재단 통합 사이트는 서브컬쳐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과 즐기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커뮤니티로, 샘표 웹사이트는 다양한 식재료와 요리 정보를 제공하여 매출과 브랜드 로열티에 기여하는 사례로써 살펴보시면 흥미로울 것입니다. 


인터넷과 모바일 디바이스가 발달하며 온/오프라인의 미디어 역시 그 수와 범위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습니다. 소비자와 기업의 소통 창구로서 활약하리라 기대했던 소셜 미디어가 광고판으로 전락하면서 기업이 스스로 만들고 운영하는 오운드 미디어의 중요성 또한 다시 떠오르고 있습니다. 효과적인 마케팅을 위해 기업의 오운드 미디어 전략을 다시 살필 때입니다.